[단독] 위례신도시 트램 입찰 공고 왜 취소?...이유는 중국업체 [출처: 중앙일보] [단독] 위례신도시 트램 입찰 공고 왜…
작성자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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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한 무가선 트램. [사진 철도기술연구원]

 위례신도시를 종단하게 될 경전철 트램의 입찰공고가 개찰을 이틀 앞두고 갑자기 취소됐다. 낙찰이 유력했던 중국업체의 참가자격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나라장터에 트램 10편성 입찰공고
조달청, 개찰 이틀 앞두고 급 취소
낙찰 유력설 중국기업 무자격 판정
"중국 저가 공세에 철도시장 위협"

 조달청은 나라장터에 게시된 '위례선 트램 차량 10편성 구매'공고를 6일 취소 처리했다. 당초 5월 말 나라장터에 올라온 공고문에는 이달 5일에 입찰을 시작해 8일 오전 10시에 마감하고 곧바로 개찰하는 일정이 적혀 있었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위례선 트램은 서울지하철 5호선 마천역을 시작으로 8호선ㆍ분당선 복정역까지 10개의 정거장을 연결하는 본선(4.7㎞)과 2개의 정거장을 잇는 지선(0.7㎞)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수도권에선 본격 추진되는 첫 트램으로 2024년 개통이 목표이며, 총 사업비는 2600억원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나라장터에 올라온 공고는 트램 사업 중 차량구매를 위한 절차다. 5 모듈(량) 한 편성으로 모두 10편성을 구매할 예정으로 배정된 예산은 390억원 가량이다. 한 편성 당 39억원인 셈이다.  
 

 조달청이 개찰을 코앞에 두고 입찰 공고를 취소한 건 정부조달사업에 중국업체가 참가할 수 없다는 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조달청 대변인실 관계자는 "중국은 현재 WTO(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 미가입국이어서 우리 정부조달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별도로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가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도 정부조달협정은 체결되지 않은 상태"라며 "기존 공고를 그대로 두면 입찰자격에 혼란이 생길 수 있어 일단 취소하고 중국업체는 자격이 없는 거로 명시해서 재공고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출처 나라장터]

[출처 나라장터]

 
 당초 위례선 트램 입찰을 앞두고 철도업계에서는 중국업체인 'CRRC 대련'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됐다. 민재홍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박사는 "중국업체들이 트램을 수출한 사례는 적지만 자국에서는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대량생산 체제가 갖춰져 있어 가격경쟁력에서 우리 업체보다 월등하다"고 전했다. 기술력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다. 
 
 반면 현대 로템, 다원시스, 우진산전 등 국내 철도 차량업체들은 트램을 자체 제작한 경험이 거의 없는 데다 트램 개발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도 적지 않아 서울시가 책정한 가격에 맞추기어렵다는 분석이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의 강치석차량과장은 "앞서 입찰이 이뤄졌던 부산 오륙도선 트램의 낙찰가를 반영해 가격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경성대/부경대역~이기대 어귀 삼거리를 잇는 오륙도선 트램은 5 모듈 5편성으로 196억원(편성 당 39억원)에 다원시스에 낙찰됐다. 

오륙도선 실증노선의 트램 조감도. [자료 부산시]

 
 하지만 국내업체들은 여러 여건을 고려했을 때 편성 당 40억원대 후반은 돼야 최소한의 수지를 맞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철도업계에서는 정부조달협정 문제만 해결되면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에게 트램 등 국내 철도 시장을 대거 내주는 사태가 머지않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철도차량업체 고위 임원은 "전기버스만 봐도 중국제가 저가 공세로 시장을 거의 장악했다"며 "정부나 지자체가 국내 업체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저가 입찰만 고수한다면 철도시장도 비슷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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